폭염·가뭄 시 조경수 관리 요청 문서 쓰는 법
기상 조건과 수목 고사의 연관성은 재판에서 새로 증명해야 하는 명제가 아닙니다. 법원이 이미 사실로 받아들인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언제 누구에게 알렸는지가 남아 있느냐입니다.
법원은 “혹서기 식재 = 고사 위험 증가”를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서울고법 2014나27731(2015. 8. 18. 선고)에서 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우기 및 혹서기에 수목을 식재할 경우 수목고사의 우려가 높아 하자발생 및 손해발생의 위험성이 커지게 되어,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손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하면서까지 연장에 동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하자 사건이 아니라 조경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낸 하도급 정산 소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경업체가 이긴 재료가 공문 두 건이었다는 점이 우리 주제와 맞닿습니다.
조경업체는 원청 측 사정으로 착수가 밀리자 “장마철 식재는 수목 하자위험이 증가한다”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보냈고(2012. 6. 21.), 원청이 증액 없는 기간연장만 요구하자 “우기·혹서기 식재는 수목고사 우려가 커서 원가상승· 하자증대로 공사 추진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다시 보낸 뒤 철수했습니다(7. 25.).
원청은 일방적 공사중단이라고 주장했지만, 언제 무엇을 경고했는지가 문서로 남아 있었기에 계약해지가 적법하다고 인정됐습니다.
요청 공문에 들어가야 할 여섯 가지
기록으로 쓰이는 공문과 그렇지 않은 공문의 차이는 문장력이 아니라 구성요소입니다.
① 언제 보내는지 — 발송 일자와 수신자
받는 사람의 직책과 이름까지 적습니다. “관리사무소 귀중”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과장 ○○○ 귀하”가 낫습니다. 담당자는 바뀌고, 바뀐 뒤에는 누구에게 말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② 무엇을 근거로 보내는지 — 기상 사실
“요즘 덥습니다”가 아니라 관측된 값을 적습니다. 예를 들면 8월 1일~8월 12일 일최고기온 33℃ 이상 11일, 무강수 연속 14일, 폭염경보 발효 중 처럼 씁니다. 기상청 관측·특보는 제3자 자료라 다툼의 여지가 적습니다.
③ 무엇을 요청하는지 — 구체적인 작업과 대상 구역
“관리를 잘 부탁드립니다”는 이행 여부를 판정할 수 없습니다. 101동 앞 소나무 12주, 중앙광장 느티나무 8주에 대해 주 2회 이상 심근 관수(1주당 100L 이상) 처럼 적습니다.
④ 언제까지인지 — 기한
기한이 없으면 미이행을 말할 수 없습니다.
⑤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 예상되는 결과
여기서 표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대를 압박하는 문장이 아니라 사실을 적습니다. “지속적인 고온·무강수 조건에서 관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목의 생육 불량 및 고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인 구분을 위해 본 요청 및 조치 여부가 확인 자료로 활용됩니다” 정도가 적당합니다.
⑥ 회신 방법
조치하겠다 / 이미 했다 / 대상이 아니다 중 무엇인지 답할 수 있게 열어 둡니다. 회신이 오면 그 자체가 상대가 요청을 인지했다는 기록이 됩니다.
예문
제목: 폭염 지속에 따른 조경수 관수 요청 (○○아파트, 2026. 8. 13.)
1. 귀 관리사무소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2026. 8. 1.부터 8. 12.까지 해당 지역 일최고기온 33℃ 이상이 11일 지속되었고, 최근 14일간 강수가 없었습니다(기상청 ○○관측소 기준). 현재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3. 이에 따라 아래 수목에 대한 관수를 요청드립니다.
· 대상: 101동 앞 소나무 12주, 중앙광장 느티나무 8주
· 방법: 주 2회 이상 심근 관수 (1주당 100L 이상)
· 기한: 2026. 8. 20.까지4. 고온·무강수가 계속되는 조건에서 관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육 불량 및 고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인 구분을 위해 본 요청과 조치 여부가 확인 자료로 활용됩니다.
5. 조치 예정일 또는 이미 조치하신 내역을 회신해 주시면 기록에 반영하겠습니다.
○○조경 현장대리인 ○○○ (연락처)
보냈다는 사실이 남아야 합니다
공문을 잘 써도 “보낸 사실”이 남지 않으면 반쪽입니다. 남겨야 하는 것은 셋입니다.
- 발송 시각과 수신자 — 언제 누구에게 갔는가
- 열람 여부 — 상대가 실제로 열어봤는가
- 회신 내용 — 무엇이라 답했는가, 답이 없었는가
내용증명은 발송 사실을 강하게 남기지만 건마다 비용과 품이 듭니다. 폭염기에 주 단위로 나가는 요청에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발송·열람·회신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방식이라면 같은 효과를 훨씬 가볍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인용한 자료
- 서울고법 2015. 8. 18. 선고 2014나27731
-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8조(하자보수 절차)
- 국토교통부 고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제67조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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